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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읽는 아침] 권박의 ‘종친회’ 해설

  • 입력 2022.03.04 16:57
  • 댓글 0

종친회 / 권박

 

안 됩니다로 시작해서 결국 그래서 그러므로 안 됩니다로 끝나는 이야기. (저기요. 우리도 안 되겠는데요? 법원으로 갈 건데요?) 쯧쯧. ‘딸이 하나면 과하고 반이면 모자란다안중에 사람이 없이저리 과붓집 똥넉가래 내세우듯한답니까! 언성 높아지는 이야기. (저기요. 법원에서는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면 안 된다는데요?) 쯧쯧.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언성 높아지는 이야기. (저기요. 법원에서는요.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쯧쯧. ‘집안 망신은 며느리가 시키는법이니 색시 그루는 다홍치마 적에 앉혀야 한다고 주의 주지 않았습니까! 언성 높아지는 이야기. (저기요. 법원에서는요. 동등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쯧쯧. 보세요. ‘딸은 산적 도둑이지 않습니까! 언성 높아지는 이야기. (저기요. 법원에서는요. 권력도 돈이고 권리도 돈이고 질서도 돈이고 차별도 돈이라고 하는데요?) 쯧쯧, ‘굿하고 싶어도 맏며느리 춤추는 꼴 보기 싫어안 할 수도 없고 못난 며느리 제삿날 병난다더니 참말 그렇지 않습니까! 언성 높아지는 이야기. (저기요. 법원에서는요. 법보다 강력한 관습은 없다는데요.) 쯧쯧. 현실적으로 무효입니다! 언성 높아지는 이야기. (저기요. 법원에서는요. 법적으로 무효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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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지금은 노인이 된 저희 어머니가 저를 키우실 때, 저를 보며 세상 많이 좋아졌다고 자주 혀를 차시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자라면서 수많은 차별을 경험했지만, 우리 어머니 세대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시대를 사셨습니다. 남자와 같은 상에서 밥도 같이 먹을 수 없었던 시대에 여자로 태어나 온전한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한 잔재는 오랜 언어습관 속에 고스란히 박제되어있습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로 대표되는 수많은 여자에 관한 속담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페미니즘 시를 표방하는 이 작품은 구시대적인 속담과 관습을 새로운 가치관을 담은 법과 제도와 대립시킴으로써 여성해방투쟁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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