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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전영관의 ‘환생들’ 해설

  • 입력 2022.07.0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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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들 / 전영관

 

아랫배가 따듯할 때 나른한 것처럼
연해진 봄나물 찾다가 벼랑을 헛디딘
양지의 유혹 아지랑이가 스미어
빈혈로 평생 어지러웠던 여인이
쑥버무리 해드리마고 잊지 말자고
약속하듯 손가락 걸어둔 진달래
 

얼음 풀리는 거 금세라고 웃으며
봄에 돌아온다는 서방을 기다리는데
애 낳다가 이승을 떠나
혼자만 행복한 천국이 슬퍼진 천사가 되어
여기 있다고 가지마다 옷자락을 매듭지은 목련
 

귓속말이라도 할 듯이 다가왔다가 겸연쩍어
사랑한다고 후우… 입김 불던
아내 제상(祭床)에 올릴 떡가루가 뜸 들 듯 포슬포슬
다래끼가 난 것 같이 아롱거리게 하는
저승까지 손닿는다면 흔들어보고 싶은 산수유

푼수면서도 속 깊었던 시누이 머리핀처럼
지방(紙榜)마저도 싫증나는데 돌아보게 만드는
정전된 밤에도 환할 것 같은
바람 속에 숨은 악동이 겨드랑이 파고드는 듯
깔깔거리는 동네 처녀 합창단 개나리

허공에 몰려다니는 귀신들의 곡을
봄바람이라 한다
꽃은 지는데 사람이 더디 온다는 몸부림을
꽃샘바람이라 한다
곁이 비었는데도 울렁거리는 까닭을
환생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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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봄은 언제나 기적처럼 다가옵니다.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춥고 메마른 세상에서 갑자기 약속이라도 한 듯 한꺼번에 파릇한 새싹이 돋고 꽃들이 피니까요. 시인은 그 모든 기적 같은 일들이 사실은 “환생”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봄에 돌아온다는 서방을” 기다리던 만삭의 아내가 “애 낳다가 이승을 떠나”게 되자 내가 “여기 있다고 가지마다” 무명 “옷자락” 같은 “목련”을 매달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기다리던 사람이 오지 않았나 봅니다. “꽃은 지는데 사람이 더디 온다”고 “몸부림”치자 바람이 이는데, 그게 바로 “꽃샘바람”이라고 합니다. 이승에서 못다 한 인연 때문에 여기저기서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로 환생하는 이들이라니…….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슬픈 전설이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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