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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창> ‘취득세율 인하’ 방법이 잘못됐다

  • 입력 2013.07.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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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취득세율을 영구적으로 내리기로 방침을 정하자 전국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고 나서는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그동안 한시적으로 인하해왔던 취득세율을 아예 영구적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인하폭과 시기 등 구체적인 방안을 8월말까지 마련한 뒤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향후 일정까지 밝혔다.

그러자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취득세율 인하는 부동산시장을 왜곡시키고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켜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며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자자체들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재정 형편이 안좋은 상황인데 중앙정부가 새로운 재원 보충 방안도 내놓지 않은 채 취득세율부터 인하하겠다고 나서니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지방세인 취득세율의 인하 논의는 지난달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이 “취득세는 낮추고 재산세는 높이는 쪽으로 부동산 세제를 바꾸겠다”고 밝히자 안행부가 반대입장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안행부는 취득세를 내릴 경우 지방정부의 세수가 줄어들어 반발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이렇게 정부 부처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던 문제가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로 급진전됐다.

박대통령은 취득세율 인하를 놓고 부처간 신경전이 벌어지자 경제부총리에게 취득세 인하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했고 이에따라 정부가 성급하게 취득세율 인하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화근이 됐다. 취득세는 지자체가 과세권자이며 지방세수의 25~30%를 차지할 정도로 지방재정의 골간을 이루는 주요 재원인데 정부가 지자체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데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물론 정부가 8월말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때 지방세제 개편과 재정조정으로 자자체의 재원을 보충해 주는 안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일단 취득세율을 내리겠다고 발표부터 했으니 지자체들이 가만있겠는가. 순서가 잘못된 것이다. 발표에 앞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과 협의를 거쳤으면 이런 반발은 없었을지 모른다.

솔직히 취득세율 인하는 그동안 부동산시장의 ‘미끼상품’으로 이용돼왔다. 1~2년간 한시적으로 부동산 거래량을 늘리는 방안으로 활용된 것이다. 따라서 취득세율 인하는 ‘주택시장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내리는 게 맞다. 부동산 투기 억제책의 일환으로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취득세를 낮춰야 부동산 거래에 물꼬가 트인다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부동산시장 침체가 꼭 과도한 취득세 때문인가 하는 점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국민들은 투기든 투자든 부동산에 흥미를 잃고 있다. 또 앞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내집 마련을 꺼리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가 취득세율 인하 대신 지자체 재정보전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재산세율 인상안도 심사숙고 해서 실시해야 한다. 정부는 0.1~0.4% 대인 우리나라 재산세율이 1~2% 선인 미국이나 일본보다 낮다고 보고 인상안을 만지작 거리고 있으나 재산세가 인상되면 그렇지 않아도 내집 마련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세금만 많이 내는 집은 필요없다’는 인식을 심어줘 내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 소득없이 내집만 갖고 있는 은퇴세대에게 재산세를 더 물리면 조세저항은 차치하고 오히려 집을 팔겠다는 수요가 늘어나 부동산 시장을 더 침체에 빠트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최근 서울시내 아파트 전세가가 매매가의 60%를 웃도는데도 매매는 계속 부진한 이유가 뭔지 곰곰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조급한 마음으로 취득세율 인하라는 미끼상품만 동원할 게 아니라 부동산 관련 과세체계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정비해야 한다. 특히 4.1부동산대책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까닭도 복기해 보고 실효성 없는 재탕정책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방정부도 부동산시장 활성화는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국가적 과제인 만큼 대승적인 관점에서 중앙정부와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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