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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벼, 시장격리가 능사는 아니다

  • 입력 2022.10.14 10:14
  • 수정 2022.10.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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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세원’ 전) 하서농협 상무, 시인>

 

 

벼 수확이 한창이고, 마늘·양파 심느라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전쟁이다. 콤바인이 없는 농가는 쓰러진 벼를 보며 빨리 수확하지 못해 애가 탄다. 농기계를 가진 농가도 쓰러진 벼를 베느라 서너 배 시간과 공을 들인다. 작업이 빨라야 일손도 줄고, 대출 이자도 상환해야 하니 농민 심정은 착잡하다. 수확의 기쁨을 누릴 가을인데, 농민 얼굴에 웃음기가 없는 것은 왜일까?

일 년 내내 땀 흘리며 농사지은 수고는 방치하고, 어쩌다 제값 받는 농산물이 있으면 고물가 주범으로 몰아붙이며, 수입해버리니 농민은 죽을 맛이다.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으로 자재비, 인건비, 대출금리에 농업용 전기세까지 폭증했건만, 정치권은 공방만 일삼으며 해결 의지는 없는 듯하다.

벼 가격은 하락했는데, 풍년이라던 벼농사도 실제 농가에 물어보니 작년보다 10%이상 수확량이 감소했다는 농가가 태반이다. 통계청 2% 감소 발표보다 차이가 크다. 축산농가도 오르는 사료 값에 수요가 줄어 한우 가격파동이 재현될까 근심이 가득하다. 작년 양파를 심었던 농가는 올해는 힘들어서 못 짓겠단다. 고령화로 힘에 부치고, 인건비는 천정부지인데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해버리니 ‘말짱 도루묵’으로 힘든 양파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양파뿐 아니다. 농기계로 해결치 못하는 모든 작물이 기피대상이다.

현실적 문제를 비롯해 장기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쌀 과잉을 『시장격리』라는 일시 대책으로는 안 된다. 정부는 구곡 10만 톤과 올해 산 신곡 35만 톤을 격리해 수매가격을 지지하겠다고 한다. 농업인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니 근본방안은 아니다. 시장격리는 정부가 매입해 일시 다른 장소에 격리했다가 쌀값이 오를 기미가 보이면 방출해버린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조삼모사 대책’일 뿐이다.

세계적으로 식량이 무기가 되며 각기 나라에 맞는 농축수산물 확보는 초미 관심사다. 군량미와 식량안보 상 필수적 비축미를 제외한 그 외 물량은 완전격리 시켜야 한다. 남북여건 상 북한 동포를 돕는 것이 어려우면 빈곤국가에 지원방안을 모색하거나, 국내외 NGO 단체 사업계획을 받아 지원해준다면, 국가이미지를 높이고 농민 보호 일거양득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해 수출만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국민 전체가 부유한 삶을 보장받으려면 경쟁력 있는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출입개방으로 이익을 본다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농축수산업에 대한 상응한 정책 요구는 농업인의 당연한 권리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타 산업을 보호하고자 쿼터로 수입할 수밖에 없는 농산물이 있다면, 그 과잉물량을 국내 농가에 피해가 없도록 사전 다른 국가에 연계 처리하는 방법도 모색해야한다. 수입개방으로 피해를 받는 농업인을 위한 농업예산의 충분한 반영과 수입농산물 적정 처리문제, 국내산 콩과 우리 밀 소비대책,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생산 방향 및 작부체계 조정, 종자개발, 전쟁과 팬데믹을 대비한 다양한 농축수산물 비축, 국산 종자개발 및 확보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들 문제해결을 위한 신속·정확한 처방과 치료를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명산업을 지키는 농업인에 고생하는 가치만큼 타 산업에 비해 경제적으로 보상받을 유인책도 마련해야 한다. 과잉농산물 휴경보상제, 현재 시행하는 공익형 직불제에 변동직불제가 가진 역할도 포함되도록 정부 정책개선, 대체작목 유인 등 농업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는 농업이 단순한 기초산업이라고 치부하고 방치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1차 산업인 농축수산업이 망가지면 회복하는데 몇 배 시간과 노력, 비용이 필요하고, 1차 산업에 의지해 먹고사는 관공부서와 유통, 가공, 서비스 산업 등등 산업전반에 장기적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기 세원’ 전) 하서농협 상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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