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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금융기관 고금리 경쟁과 ‘금리 유목민 급증’

  • 입력 2022.11.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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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문중 임원들은 두 번이나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하고, 더 높은 금리 예금으로 갈아탔다. 계속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하루가 다르게 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공금을 늘릴 책임이 있는 임원들이 시세에 어두우면 막대한 손해를 본다. 1.4%→3.1%→5.5%로 두 번 예금 ‘갈아타기(환승)’로 연간 세후 이자수입은 1500만 원 이상 이익을 봤다. 중도해지로 한두 달 손해를 보전하고 순이익이니 발 빠른 대처다.

금리가 자고 나면 오르는 게 아니다. 금융기관 유치경쟁으로 조석으로 높아진다. 특히 내년 3월, 동시 조합장 선거가 있는 ‘농수축협 경쟁’은 치열하다. 결산을 앞두고 수신고(예금)이 크게 줄면 차기 도전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같은 금융기관에서도 지점에 따라 금리가 차이가 나니 금리정보를 알기 위한 전화도 늘고 있다. 더 높은 금리로 예금을 환승하는 ‘금리 노마드(nomad 유목민)’란 용어도 생겼다. 해지와 예금이 반복되니 객장마다 인파로 넘쳐난다.

“지난 9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정기예금 중도 해지는 24만 건이었는데, 10월에는 3주도 안 돼 이를 넘어섰다“는 보도다. 1년 약정 정기예금이나 적금 중 가입 3~4개월 미만 예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사태가 반복된다. 예금 유출로 부아가 난 금융기관은 더 높은 금리로 빠져나간 ‘금액+∝’ 예·적금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2일, 기준금리를 0.75%p 인상했다.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을 밟았다. 미국 기준금리는 3.75~4.0% 범위로 올랐다. 2008년 1월 이후 최고다. 2020년 3월 코로나 이후 제로금리 수준까지 낮췄다가 지난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후 6회 연속 인상했다. 추후 두세 번 더 인상할 가능성이 짙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빠르면 12월부터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면서도 “조기 금리인상 중단에 대한 생각이나 언급은 매우 시기상조다. 우리는 갈 길이 멀다”고 밝힌 것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금융시장을 주름 잡는 미국이 긴축정책을 계속할 개연성이 짙다. 내년 상반기가 고금리 상투로 ‘일정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짙어 부동산 및 주식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미국과 한국(3%) 기준 금리격차는 0.75~1%p로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달러 유출’로 환율인상(평가절하)에 따른 ‘물가폭등’으로 서민이 힘들게 된다. 한은 기준금리도 몇 차례 인상될 수밖에 없다. 당연 금융권 여·수신 이율도 치솟게 된다.

지난 정부 때 두 배 이상으로 폭등한 수도권 주택가격이 끝없이 오를 듯하자 대출로 아파트 등을 구입한 ‘영끌족‘이나 증권 등에 ‘빚투족’ 등이 곤욕을 치를 전망이다. 이자부담에 생활비까지 쪼들리면 바닥인 것을 알면서도 팔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 코로나 등에 따른 영업부진으로 대출 ‘자영업자나 기업’도 자금난이 심화된다. 지구촌 금융시장 및 부동산 위축도 확대될 조짐이다. 올해 20여만 명 인구감소가 예상되는 한국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맞물리며 부동산 장기 침체가 전망된다.

갈수록 치솟는 금리로 정기예금 등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 자금난으로 아파트 거래가 및 분양률이 크게 위축됐다. 현금 보유자는 예금을 갈아타러, 기업 등은 더 싼 이자로 대출을 받으러 금융기관마다 문턱이 닳고 있다. 제1·2 금융권도 고금리 현수막을 내거는 등 신풍속도를 연출한다. 특히 내년 조합장 선거가 있는 농수축협 등 선거 직전, 결산을 앞두고 치열한 유치경쟁이다. B기관이 ‘1년 정기예금 이자 4.8% 현수막’을 내걸자 인근 금융기관에서 예치 후 3~4개월 미만 된 예금이 빠져 나갔다. 며칠 후, C기관은 단 하루만 있는 번개상품 ‘1년 정기예금 이자 5.5%’를 카톡 등 SNS를 통해 주민에 알려 ‘유출예금+∝’로 엄청난 자금이 유입됐다. 호응이 좋아 며칠 연장했다. 며칠 전, 예금 인파로 붐볐던 기관은 중도해지 인파로, 며칠 전 해지 인파로 붐볐던 기관은 예금 인파로 온 종일 객장이 넘쳐난다. 예금 잔고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가히 ‘민족대이동‘이 아닌 ‘금리 유목민 대이동‘이다./편집국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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