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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정양의 ‘그거 안 먹으면’ 해설

  • 입력 2023.01.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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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안 먹으면 / 정양

 

아침저녁 한 움큼씩

약을 먹는다 약 먹는 걸

더러 잊는다고 했더니

의사선생은 벌컥 화를 내면서

그게 목숨 걸린 일이란다

꼬박꼬박 챙기며 깜박 잊으며

약에 걸린 목숨이 하릴없이 늙는다

약 먹는 일 말고도

꾸역꾸역 마지못해 하고 사는 게

깜박 잊고 사는 게 어디 한두 가지랴

쭈글거리는 내 몰골이 안돼 보였던지

제자 하나가 날더러 제발

나이 좀 먹지 말라는데

그거 안 먹으면 깜박 죽는다는 걸

녀석도 깜박 잊었나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공식적으로 한국식 나이를 폐지한다고는 하지만, 한국 사람은 떡국 한 그릇 먹어야 비로소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를 제외하고 나이 드는 게 즐거운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나이 먹으면 여기저기 고장 나기 마련이고 챙겨 먹어야 할 약도 점점 늘어나 몸도 마음도 힘들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은 죽은 사람뿐입니다. 약도, 떡국도, 나이도, 기쁜 마음으로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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