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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관동팔경 경포대' 피해 간 강릉산불

  • 입력 2023.04.12 10:16
  • 수정 2023.07.0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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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지난 11일 오전 발생한 산불로 엄청난 산림이 불탔다. 태풍에 가까운 남서풍을 타고 경포호 북단 울창한 소나무 숲 등이 대거 소실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만 한 명이 숨지고 주민 1명과 소방대원 2명이 화상을 입는 등 총 14명이 다치거나 화상을 입었다. 주택과 펜션 100채 가량이 전소됐거나 일부 소실됐다. 조선말기 1886년 세워진 상영정은 전소됐고, 강원도지정문화재 방해정은 일부 소실되는 등 문화재 피해도 적지 않았다. 지척의 관동팔경 경포대가 화마를 피해 천만다행이다.

필자는 지난해 9월 말 오랜만에 강릉을 일주했다. 경포호와 경포대해수욕장 사이에 숙소를 정하고 경포호 서남쪽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박물관), 조선후기 상류층 전통가옥인 선교장, 매월당김시습기념관 등을 둘러보고 경포호 남동쪽 초당순두부도 맛보았다. 이후 경포호 남쪽 허균·허난설헌기념관과 허균·허난설헌 생가인 초당동고택을 둘러보고, 빼어난 운치의 금강송 숲길을 따라 경포호까지 두 번이나 오갔다. 특히 멀리 대관령 등 백두대간이 한눈에 보이는 경포호 석양 노을은 기막혔다. 평창올림픽 때 김여정과 현송월이 머물렀다는 경포호스카이베이호텔과 해수욕장 등도 구경했다.

경포호 북서쪽 경포대도 들렀다. 강원도 동해안 여덟 곳 명승지인 관동팔경 하나로 이곳을 보지 않으면 강릉이나 경포호를 다녀왔다고 할 수 없다고 할 정도다. 울진이 편입돼 경북이 된 망양정과 월송정을 포함해 남한 관동팔경은 몇 번씩 구경했으나 강릉에 누차 가고도 경포대는 들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들릴 것이라 별렀다.

송강 정철은 강원관찰사로 부임했던 선조 13년(1580) 관동팔경을 유람하며 읊은 가사 관동별곡에서 경포호와 경포대 주변을 이렇게 읊었다. “(중략)우개지륜(새털로 만든 덮개수레)을 타고 경포에 내려가니/십리나 뻗친 얼음처럼 흰 비단 다리고 또 다린 것 같은 맑고 잔잔한 호수 물이 큰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 펼쳐있도다./물결도 잔잔하고 물 속 모래알까지 헤아릴만하도다/한 척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정자 위에 올라가니/(중략) 이곳보다 아름다운 경치 어디 있다는 말인가?/고려 우왕 때 박신과 홍장 사랑이 호사스런 풍류이로고/(중략)”

송강은 배를 타고 경포호 내 작은 섬 새바위 옆 월파정에 오른 듯하다. 절세 미녀로 기생인 홍장과 관리 박신의 사랑이 담긴 경포호 북쪽 호숫가 바위인 홍장암도 노래했다. 특히 경포호가 큰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것과 모래알도 헤아릴 만큼 맑다고 읊었다.

이처럼 강릉 주요 관광지 대부분이 ‘거울처럼 맑은 포구 호수’인 경포대 주변에 산재했다. 특히 허균·허난설헌 초당동 고택에서 경포호 가는 길목은 금강송으로 추정되는 소나무 숲길도 일품이다. 9월 말인데도 강릉 곳곳이 평창동계올림픽으로 개설된 KTX로 주차장을 방불해 내심 부러웠다.

경포호와 경포대해수욕장 사이 길쭉한 부지에 경포호스카이베이호텔 등 숙박업소가 위치해 동해바다와 경포호 및 대관령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경포대에 오르는 길목은 입구부터 수백 년 된 황금빛을 띤 낙락장송이 우거졌다. 이 누정에는 ‘경포대鏡浦臺’나 (천하)제일강산(天下)第一江山‘ 등 현판 등이 내걸렸다. 경포호 주변을 한눈에 조망할 빼어난 명소로 관동팔경 중에서도 손꼽을 만하다. 한 그루에 수억을 호가한다는 강릉김씨 시조 명주군왕릉 금강송 등 강원도 전역과 경북 북부에는 빼어난 금강송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소나무는 매년 이때쯤 건조기에는 산불에 취약해 동해안 산불은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했다. 이번 강릉 산불도 초기 강풍으로 경포호 북쪽을 좌우로 불태웠다. 경포호 주변에 산재한 누정 일부인 상영정이 전소됐고, 방해정은 부분 소실됐다. 엄청난 남서풍으로 경포호 북쪽 일대는 아수라장이었다. 불붙은 나무 등이 날라 다니는 등 강풍으로 진화 헬기가 뜨지 못해 초기 피해가 확대됐다. 1백 채 주택과 펜션이 전소되거나 부분 소실됐다. 다행히 바람이 잦아들고 비까지 내려 8시간 만에 진화에 성공했으나 피해는 엄청났다.

그러나 관동팔경 경포대 누정이 피해가 없어 불행 중 다행이다. 지척 누정은 불탔는데 뉴스를 보던 사람마다 우려를 금치 못했다. 산불 발생 직후, 현판은 떼어 오죽헌박물관에 보관했다고 하나 경포대는 옮길 수도 없으니 걱정할 만했다.

정치인과 지자체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매년 반복되는 산불로 주택과 펜션 피해뿐 아니다. 동해안 빼어난 금강송 등 소나무와 문화재 등이 소실되는 일이 반복된다. 당국은 강풍에 부러진 소나무가 전신주를 덮쳐 전기단락에 의해 산불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원인과 달리 그간 동해안 산불 원인은 실화가 대부분이고 방화도 있었던 적이 있다. 동해안 천혜 산림자원이 해마다 산불로 소실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방화는 물론 실화도 엄정한 법적용이 뒤따라야 한다. /편집국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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