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독자기고
  • 기자명 내외일보

<독자기고>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며

  • 입력 2014.04.21 10:46
  • 댓글 0

수학여행을 떠나던 고교생을 비롯한 300명에 이르는 사망․실종자를 야기한 ‘세월호 침몰사건’은 다른 모든 이슈들을 모두 집어 삼켜버릴 만큼 전 국민에게 충격적으로 와 닿는다.

일부 구조된 사람들에 따르면, 16일 오전 사고 직후 '밖으로 나오면 위험하니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을 몇 차례 들었고 사고 1시간이 넘은 후에야 '침몰이 임박했으니 배에서 탈출하라'는 방송을 들었을 뿐 이마저도 대피하는 방법이나 구체적인 안내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안내방송에 따라 승객들이 객실에서 기다리다가 구조될 기회를 놓치는 큰 실기(失機)를 범한 것이다.

그러나 더 우려되는 점은 이때 이미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이 침몰 중인 배와 승객을 그대로 남겨둔 채 그들만 먼저 배를 이탈하여 탈출하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고 후 가장 먼저 해경에 구조된 47명의 생존자 가운데 선장과 선원이 10여명 포함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나는 이들의 행동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언론 등의 보도로 미뤄볼 때 당시 세월호엔 승객들의 탈출을 위한 주요 장비인 구명보트, 뗏목 등이 40여정 있었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이를 작동시키거나 승객을 구조할 책임을 저버린 채 침몰중인 배와 승객을 내버려 두고 탈출하였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과거 빙산과 충돌하여 침몰한 여객선을 주제로 한 영화 ‘타이타닉’을 본 적이 있다. 그 영화의 모티브는 남녀 간의 로맨스였지만 그 영화에서 나는 애틋한 사랑보다는 선장과 선원들이 배가 침몰하는 순간에도 승객을 대비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몇몇 선원들은 탈출과정에서 승객의 동요를 막기 위해 바이얼린 등 악기를 들고 잔잔한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보았다.

당시 선장과 선원들이 위기의 순간에서 자신들의 안위를 도모하기 보다는 어린이, 여성 등 약자 승객의 안전한 탈출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고 여러 사람의 안전을 책임지는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교훈으로 삼을만한 행동이라 여겨졌다.

그런 반면에 세월호의 경우, 사고가 나기까지의 과정은 차제하더라도,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공포에 휩싸였을 승객들을 남겨둔 채 탈출을 시도한 선장과 선원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만약 이들이 현장에서 끝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도왔더라면 상당수의 승객들이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경찰․소방 등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무원은 물론, 세월호와 같은 다수인의 안전과 직결되는 선박을 운항하는 선장이나 승무원은 유사시 최후의 승객까지 구조할 도의적 책임은 물론 현행법상의 의무를 갖고 있다.

본인들의 의무를 저버림으로서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초래한 것이 너무나 씁쓸하다. 불기 제2558년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거리에 달린 봉축등을 보며 다만 한사람이 생명이라도 더 안전하게 구조되기를 부처님께 염원하고 이번 참사로 고통 받을 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