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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조예린의 ‘달우물’ 해설

  • 입력 2023.04.2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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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우물 / 조예린

 

폭풍이 씻어간 밤하늘이

검은 수정처럼 깨끗하다

 

바다는 모른다

모른다 하고

흩어진 폐허가 아직

잔설 같다

 

그 위로

샘물같이 솟아오르는 만월!

찢어진 날개를

물에 적신다

 

타는 물줄기를 따라

물을 들이킨다

 

달빛이 얼음보다 차다,

차다!

_____________

폭풍이 깨끗하게 씻어 놓은 밤바다 위로 보름달이 떠오릅니다. 달이 길고 연한 은빛 날개를 펼칩니다. 여기저기 찢어져 앙상합니다. 달이 찢어진 날개를 물결 위에 내려놓습니다. 날개가 물에 젖습니다. 날개를 바다 위에 드리우고 물을 들이키는 달은 샘물처럼 깊고 아득하기만 합니다.

시가 더없이 고요합니다. 김 서린 유리창을 막 닦았을 때처럼 깨끗하고 선명한 풍경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그 깨끗함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살며시 허공에 손을 대려다가 앗! 소리를 지르며 손을 뗍니다. 차고 시린 기운이 손끝을 타고 들어와 머릿속에 칼날처럼 박힙니다. 코끝이 찡하도록 차갑고 맑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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