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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장석남의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해설

  • 입력 2023.06.09 09:37
  • 댓글 0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 장석남

 

 

 1

 찌르라기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문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떼 속에

 환한 봉분이 하나 보인다

 

 2

 누군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단 말인가

 봄 햇빛 너무 뻑뻑해

 오래 생각할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나는 저 새떼들이 나를 메고 어디론가 가리라,

 저 햇빛 속인데도 캄캄한 세월 넘어서 자기 울음 가파른 어느 기슭엔가로

 데리고 가리라는 것을 안다

 찌르라기떼 가고 마음엔 늘

 누군가 쌀을 안친다

 아무도 없는데

 아궁이 앞이 환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찌르라기는 잠을 자기 위해 나무에 앉기 전에 집단으로 춤을 추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봄날, 아직 해가 환한 대낮인데 난데없이 찌르라기 떼가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화자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그는 새 떼를 바라보며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저 새떼들이 나를 메고 어디론가 가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화자는 찌르라기를 저승사자이자 동시에 고단한 삶에서 자신을 해방시켜줄 구원자로 보는 듯합니다. 고단한 일상의 삶에 갇혀 세상 밖으로의 탈출을 꿈꾸는 가련한 존재…… 가슴 아프지만, 이 땅에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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