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동물보호 이중성과 냉장고 아기

  • 입력 2023.06.26 10:14
  • 수정 2023.06.26 11:30
  • 댓글 0

“길고양이를 학대하면 동물보호법으로 처벌 받습니다. (중략) 포획·판매, 죽이는 행위 등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고양이는 쥐를 사냥해요, 길고양이 친구는 최고 방역보안관입니다. 동물動物에서 동물同物로, 동물과 행복한 공존!” 이는 관공서 현수막 내용이다.

“딸이 애지중지 키운 반려견이 죽어 동물장례식장에서 화장하고 정성스레 매장했습니다. 가족처럼 ‘메리(반려견 이름)’를 키운 딸이 슬피 울어 마음 아팠습니다. 내가 죽어도 딸이 이처럼 울지 의문입니다. 결혼해 아이를 낳아야 할 나이에 시집은 안 가고 반려견하고 지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카톡 내용이다.

이는 ‘수원 아파트 살해 아기 시신 2구 냉장고에서 발견’ 사건과 겹쳐진다. 남편과 2녀1남을 둔 30대 여성 A씨는 2018년과 2019년 병원에서 각각 출산하자 살해 후, 살던 아파트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됐다. A씨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살해한 자녀 중 첫 번째 아기는 4년7개월간 냉장고 안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 내용이다.

“감사원이 보건당국 감사 결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출산기록은 있는데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전국 영·유아 2236명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A씨는 범행일체를 자백했다.”는 것이 관련 뉴스다. 특히 출산기록은 있으나 신고가 없는 아기가 많아 문제다. 보건·보육·교육 등은 물론 생사 여부도 불확실해 유사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소득 3만 불이 넘어 지구촌 10대 강국임을 자랑하던 한국에서 참으로 부끄러운 사건이다. 살만 해져 동물보호가 대세인 상황에 ‘만물의 영장‘이 자녀를 살해해 냉장고에 수년 간 보관해온 끔찍한 사건이다. 사람이 고양이를 죽여도 징역에 처해지는 세상에 인간 이중성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례다. 피임을 하든지, 키울 자신이 없으면 입양이라도 하지...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이들 동물뿐 아니라 꿩·참새·노루 등 못 먹는 동물이 거의 없었다. 폭설이 내리면 꿩과 토끼몰이가 농촌 일상이었다. 볏짚 지붕 구멍에 사는 참새를 잡아먹는 것도 놀이 정도로 취급됐다. 콩에 구멍을 내고 독극물을 넣어 청둥오리 등을 잡는 것도 흔했다. 참새나 비둘기, 꿩 사냥도 흔했다. 단백질과 지방 섭취가 부족했던 배고팠던 시절이다.

한국에서 ‘십이지 동물’은 ‘쥐·소·범(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다. 이 중 인간이 전혀 먹을 수 없는 것은 상상의 동물인 ‘용‘뿐이다. 인간 가축은 소·닭과 개·돼지다. 사납고 징그럽거나 맛없는 동물은 제외됐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동물이 가축이란 명목으로 길러졌다. 가장 친근한 개도 보신탕 추방 움직임이 있으나 ’맛 때문에‘ 근절되지는 않았다.

산업화로 소득이 높아지고 ‘동물보호’ 여론이 높아져 반려견·반려묘를 반려가족으로 여기는 인구만 전국에서 1천만 명이 넘는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작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8.4kg으로 쌀 소비량 56.7kg을 넘어섰다. 육류 소비량 중 돼지고기가 28.5kg으로 1위, 닭고기가 15.1kg, 소고기가 14.8kg 순이다. 소는 기계화로 농사에서 해방됐으나 ‘그 #의 맛 때문에’ 소비량 3위다. 인간이 ‘가장 맛있게 먹는 가축’이란 점이 공통점이다. 동물보호 이중성이다.

인간은 도축 전까지 동물을 학대하거나 스트레스 행위를 자제하는 시스템을 갖춘 ‘동물복지 도축장’ 운운한다. 그러나 고기로 먹기 위해 길러져 죽어가는 동물에 무슨 ‘동물복지’인가? 인간과 친근하거나 맛없는 동물은 보호되고, 맛있는 가축만 키워 잡아먹는 극단적 동물보호 이중성이다. 호랑이나 고양이가 맛있다면 이들을 기르는 축산업이 엄청 발전했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동물보호와 반려견·반려묘가 공존한다. 국익에 반하면 타국을 침공해 수많은 인간 살육 역사는 현재도 계속된다. 인간 탐욕과 동물보호가 기막히게 공존한다.

이번 수원 자녀 영아 살해 냉장고 보관사건도 극단적 이중성이 노출된 사건이다. ‘지구촌 10대 강국’이나 ‘동물보호’를 말하기 전에 결혼해 아이를 낳고 기르며, 교육시킬 여건이 우선돼야 한다. 출산율은 OECD 최하위로 국가소멸 위기인데 아기보호·인간보호도 못하며 동물보호를 말할 수 있겠는가?/편집국장 고재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