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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권박의 ‘폭우’ 해설

  • 입력 2023.11.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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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 권박

 

뼈가 쏟아진다.
전생의 일이다.

왜 뼈가 지금도 쏟아지는가.
왜 나는 아직도 맞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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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권박 시인이 페미니즘 시를 쓰는 작가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이 작품의 행간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뉘앙스를 읽어 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행 “왜 나는 아직도 맞고 있는가.”라는 문장과 마주하자 폭우와 가정폭력이 많은 면에서 유사하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 맞는 사람은 항상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의 얼굴이 어두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합니다. 마치 우리가 먹구름이 끼지는 않는지 하늘을 살피는 것처럼 말입니다. 때로 폭력은 천둥이나 번개처럼 한 번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피해자는 빗발치듯 쏟아지는 폭력을 맨몸으로 맞고 있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고 그 뼛속까지 시리게 하는 경험, 가정폭력. 하지만 가해자는 폭우가 지나간 다음 날처럼 내일 아침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환한 얼굴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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