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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정숙자의 ‘푸앵카레의 우측’ 해설

  • 입력 2023.11.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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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앵카레의 우측 / 정숙자 

 

  행성들이 둥글 수밖에 없는 이유. 과일들이 모서리를 잃어버린 이유. 그게 다 바람과 천둥과 벼락에 스치다 그리된 것이다. 사철 두고 대신 울어주는 폭포며 풀벌레며 새들이… 흰 살 드러내고 찢어지는 설해목의 울음을… 새끼를 빼앗긴 개와 고양이와 염소와 종마의 울음을… 갑자기 당한 실패와 좌절 앞에 끓어오르는 인간의 울음을… 누군가 어디선가 울어주고 있다.

  아름~답다~고 말하는 들꽃들이
  구름과 돌멩이와 모래알이

  둥근
  이유는

  인간보다 앞서 울었기 때문이다
  인간보다 앞서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에 벌써
  그들은 자신의 울음을 끝낼 만큼
  둥글어

  졌다

  그리고 ‘사물화’ 되었지만

  아는 것이다. 둥긂 속에 버려진 것, 버려야 할 것, 그러나 버려지지 않은 최초의~ 최후의 그 눈물의 형태

  둥긂이 뭔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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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푸앵카레 정리는 구에 대한 정리로 페렐만이 증명에 성공하기 전까지 수학계의 난제 중 하나였습니다. 이 작품은 둥글어진다는 것의 의미를 푸앵카레 정리를 빌려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모서리”가 깎이고 나서야 둥글어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움켜쥐고 싶은 것 투성이인 세상에서 하나, 둘 덜어내고 떼어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눈물을 흘려야 비로소 구(球)에 가까워질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둥근 것은 길고 긴 울음의 시간을 견뎌낸 결과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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