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반고등어 / 박후기
가난한 아버지가 가련한 아들을 껴안고 잠든 밤
마른 이불과 따끈따끈한 요리를 꿈꾸며 잠든 밤
큰 슬픔이 작은 슬픔을 껴안고 잠든 밤
소금 같은 싸락눈이 신문지 갈피를 넘기며 염장을 지르는, 지하역의 겨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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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가 끊긴 지하철역, 소금처럼 하얀 눈이 계단으로 들이칩니다. 계단 아래에는 가련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의 체온을 포갠 채 잠들어 있습니다. 마치 큰 고등어에 작은 고등어를 포개 놓은 것처럼 아버지가 아들을 꼭 껴안고 있습니다. 신문지 사이로 드러난 맨살에 소금처럼 따갑게 눈이 내리는데…… 마른 이불과 따뜻한 밥상을 꿈꾸는 계단 밑의 잠 위로 이따금 바람이 불어와 얇은 신문지를 들춰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