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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서대경의 ‘벽장 속의 연서’ 해설

  • 입력 2024.02.23 23:19
  • 수정 2024.02.2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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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 속의 연서 / 서대경

 

   요 며칠 인적 드문 날들 계속되었습니다 골목은 고요하고 한없이 맑고 찬 갈림길이 이리저리 파여 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걷다가 지치면 문득 서서 당신의 침묵을 듣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내게 남긴 유일한 흔적입니다 병을 앓고 난 뒤의 무한한 시야, 이마가 마르는 소리를 들으며 깊이 깊이 파인 두 눈을 들면 허공으로 한줄기 비행운(飛行雲)이 그어져갑니다 사방으로 바람이 걸어옵니다 아아 당신, 길들이 저마다 아득한 얼음 냄새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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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때로는 침묵이 어떤 사람이 남기고 간 유일한 흔적일 때가 있습니다. 아직도 벽장 속에는 부치지 못한 연서가 남아 있습니다. “당신은 멀리 떠났지만, 화자의 마음속에는 아직 당신이 살아있습니다. 그렇게 당신을 앓고 난 뒤 깊이 파인 눈이 응시하는 허공, 그리운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해 마음이 날아갑니다. 허공에 한 줄 비행운이 생겨납니다. 시린 가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득한 얼음 냄새를 풍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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