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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남길순의 ‘낮 동안의 일’ 해설

  • 입력 2024.03.0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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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의 일 / 남길순

 

오이 농사를 짓는 동호 씨가 날마다 문학관을 찾아온다

 

어떤 날은 한 아름 백오이를 따 와서

상큼한 오이 냄새를 책 사이에 풀어놓고 간다

 

문학관은 날마다 그 품새 그 자리

한 글자도 자라지 않는다

 

햇볕이 나고 따뜻해지면

오이 자라는 속도가 두 배 세 배 빨라지고

 

화색이 도는 동호 씨는 더 많은 오이를 딴다

 

문학관은 빈손이라

해가 바뀌어도 더 줄 것이 없고

 

문학을 쓸고

 

문학을 닦고

 

저만치 동호 씨가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다

갈대들 길 양쪽으로 비켜나는데

오늘은

검은 소나기를 몰고 온다

 

문학관을 찾은 사람들이 멍하니 서서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다

 

지붕 아래 있어도 우리는

젖는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농부는 흙과 바람, 비와 태양 사이에서 곡식과 열매를 키워내는 사람입니다. 그 수고롭고 고단한 노동이 많은 이들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하고, 힘든 하루를 보낸 사람에게 달콤한 과일을 대접할 수 있게 합니다. 농부의 삶은 그 자체로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람과 별을 노래하고 배고프고 지친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게 시인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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