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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병원 이탈 전공의는 ‘무단 결근자’…월급 못받고 겸직 안돼"

  • 입력 2024.03.09 09:10
  • 수정 2024.03.09 09:11
  • 댓글 0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이 생중계되고 있다. 2024.3.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이 생중계되고 있다. 2024.3.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내외일보] 이희철 기자 = 전공의 집단이탈 사태가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행정처분과 사법조치 등을 앞세워 압박하지만 전공의들은 꿈쩍도 않고 있다.

정부는 현재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을 '무단 결근자'라고 했다. 사직서 제출 한 달 뒤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접으라고 했다. 월급도 받을 수 없고 수련병원과 계약을 맺은 신분이어서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없다. 당장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7일 뉴스1에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로 확인된 미복귀 전공의들은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진료유지명령이 해제되지 않는 한 무단결근자"라며 "수련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임용·계약을 포기하려 한 전공의들 역시 업무를 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고 말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달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 조항은 있지만 대다수가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은 채 갑자기 근무지를 이탈했기 때문에 계약상 남은 기간은 일하고 그만둬야 한다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무단 이탈인 만큼 병원이 전공의에게 월급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고 했다.

복지부가 지난 6일 오전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2225명)의 근무를 점검한 결과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자는 91.8%인 1만1219명에 달했다.

병원들은 2월 월급을 전공의들에게 지급하면서, 집단이탈이 시작된 2월 20일 이후 무단결근 일수만큼은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직이 인정되지 않고 월급이 안 나오면서 전공의들은 당장 생계 걱정까지 할 처지다.

서울 소재 수련병원에서 일하다 지난 2월 19일 사직서를 낸 1년차(당시) 레지던트는 "2월 출근 안 한 날의 급여가 삭감된 채 왔다. 3월 급여는 안 나온다"며 "당장 생계 때문에 다른 일을 하는 전공의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선배 의사들이 개인적으로 후원도 해주고,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는 이도 있다"고 털어놨다.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이 가입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물류센터 등에서의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거나 근무 후기를 전하는 글이 다수 게시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정부가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6일 서울 시내 우체국에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너머로 집배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2024.3.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정부가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6일 서울 시내 우체국에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너머로 집배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2024.3.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수련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는 '의료법'과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에 따라 병의원 개설이나 취업을 할 수 없을뿐더러 의사로서 채용되는 것도 불법이다. 서울시의사회가 최근 구인·구직 게시판을 열었지만, 이 또한 불법이 될 수 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일련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번 사태는 전공의들이 한발 물러서고 다음을 모색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전공의들의 생각이 다양할 테고 이탈이 능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마냥 사직을 강요하거나 복귀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필수진료과 교수는 "요즘 '고려거란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있던데 전쟁은 항상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전공의, 의대생에게 말해주고 싶다. 때로는 후퇴할 수도 있다"며 "많은 전공의가 돌아오고 싶어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는 지도부가 없다. 의사를 할 생각이 있다면 물러설 수 있어야 한다"며 "고려 현종이 개경을 버리고 전라도로 도망가 개경 백성들이 적의 손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었으나 끝까지 항전했으면 임금은 죽고 고려는 거란이 돼 버렸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복귀의 명분을 주지 않는 정부가 일차적으로 문제가 있다. 하지만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후퇴하고 전열을 재정비하며 이차투쟁을 준비할 때"라며 "필수의료 패키지와 수가 개선을 연구할 때"라고 제안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과 관련해 "교수들이 떠나고도 정부가 의지를 꺾지 않으면 의료 파국은 오고 환자는 다치고 그러면 죽도 밥도 아닌 게 된다"고 진단했다.

방 교수는 또 "파국을 막으려면 이달 18일, 19일 전에 뭔가 나와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11~12일 정도밖에 없다"면서 "어쨌든 국민 속으로 들어가 대화를 좀 해보고 그다음에 국민들과 합의점이 좀 모이면 정부에다 의견을 제시할 생각"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경찰은 전공의 집단사직에 동참하지 않고 현장에 남은 전공의 명단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데 대해 입장문을 내고 "정상 진료와 진료 복귀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법과 절차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복귀한 전공의 등의 실명을 게시하는 행위나 협박성 댓글은 형사처벌될 수 있는 엄연한 범죄행위로 보고, 중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추진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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