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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아들 시켜 남편 죽인 아내…아버지 죽어가면서도 "내 아들 감옥가면 안돼"

  • 입력 2024.03.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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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내외일보] 이현수 기자 = 자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져가면서까지 "아들이 감옥 가면 안 된다, 나를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걱정했던 가장이 있다.

이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에 의해 살해당하기 3일 전 자신의 노트에 '아내와 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라는 글까지 쓸 정도로 따뜻한 아빠, 아내밖에 모르던 남편이었다.

◇ 檢 "끝까지 아내와 아들에게 애정 갖고 있던 아빠를…용서 안 된다" 무기징역 구형

1년 전 오늘인 2023년 3월 22일 대전 법조계 주변은 아들을 끌어들여 남편을 살해한 A(43) 씨에 대해 검찰이 무기징역형을 구형한 일이 화젯거리로 나돌았다.

당시 검찰은 존속살해, 사체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끝까지 아내와 아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던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용서를 받지 못할 죄를 저지르고도 상습 가정폭력범인 것처럼 명예까지 훼손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아울러 아들 B(15) 군에겐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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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엄마 때리는 아빠를 보고 욱해서…" 단독범행 주장, 알고 보니

자상한 남편이자 가장인 C(50) 씨는 2022년 10월 8일 자신의 대전 집에서 아내와 아들 손에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A 씨는 남편 시신을 자신의 차량에 싣고 친정에 갔다가 다음날 119에 "남편이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가정폭력이 심한 아버지가 엄마를 때려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욱했다"는 B군 진술과 흉기에서 채취한 B 군 지문 등을 토대로 B 군 단독범행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하자 보강 수사 과정에서 A 씨가 아들을 부추겨 아빠를 살해토록 한 사실을 밝혀냈다.

◇ 진짜 악마는 엄마…소주 든 주사기로 눈 찌르는 등 여러 차례 남편 해코지

언어장애(3급)가 있는 A 씨는 평소 남편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남편 사업 실패로 살림살이마저 팍팍해지자 수시로 남편에게 신경질 내고 폭력을 행사했다.

A 씨는 남편을 살해하기 20일 전인 2022년 9월 18일에도 사업 실패 문제를 놓고 말다툼을 벌이다 소주병을 던져 남편 눈을 찢어 놓았다.

또 같은 달 20일에는 소주를 넣은 주사기로 잠자고 있던 C 씨 눈을 찔러 하마터면 실명하게 만들 뻔했다.

A 씨는 경찰 조사 때 "남편이 술에 취하면 소주병으로 때리는 등 가정폭력이 심했다"고 진술했지만 C 씨 휴대폰 포렌식 결과 '소주병으로 때린 이는 A 씨'로 드러났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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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사고로 다쳤다", "나뭇가지에 찔렸다'며 아내 감싸

C 씨는 '오빠 눈이 왜 그렇냐'고 걱정하는 여동생에게 '사고로 다쳤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또 안과에 가서는 '나뭇가지에 찔렸다'며 아내가 소주가 든 주사기로 찔렀다는 말을 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이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가정폭력을 누가 행사했는지 추궁하자 아들은 '아빠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부풀렸다'고 실토했다.

◇ 살해 3일 전 남편이 쓴 "아내와 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들은 C 씨가 숨지기 3일 전 작성한 노트를 보고 가슴이 먹먹했다.

C 씨가 '눈을 다친 뒤 아직도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고통스럽다'며 아픔에 힘들어하면서도 ‘아내와 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라는 글을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 '아빠가 병신 같은 X라고 욕했다'며 아들 부추겨…제초제 먹이고 주사로 부동액, 그것도 부족해 흉기

A 씨는 C 씨와 말다툼하다가 '이러다 나를 죽이겠다'는 남편 말에 '좋다 죽여 주겠다'고 결심, 제초제를 먹였으나 소량인 탓에 실패하자 평소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던 아들을 끌어들이기로 마음먹었다.

A 씨는 아들에게 '아빠가 병신 같은 X'라고 욕했다, 죽이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아들이 "부동액으로 아빠를 살해하자"며 구체적 범행 수법까지 제시하자 A 씨는 주사기와 약물을 구입한 뒤 부동액을 넣은 주사기로 C 씨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C 씨가 이를 제압하자 아들은 흉기를 휘둘렀고 A 씨도 둔기로 남편 머리를 내리쳤다.

◇ 자식 손에 죽어가면서도 "아들이 감옥 가면 안 된다, 나를 병원으로' 걱정

C 씨는 흉기에 찔려 죽어가면서도 아들 걱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C 씨는 "아들이 감옥 가면 안 된다, 나를 병원에 데려가라"며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끝까지 걱정했다.

이와 달리 A 씨는 주요 책임을 아들에게 떠넘겼다.

경찰이 아들을 존속살해 혐의로 체포하고 자신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때 "남편의 가정폭력에 저와 자식들이 시달렸다"고 거짓 진술하면서 끝까지 자신이 범행을 주도했음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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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에게 고통 줘 미안, 남은 아들 있다"며 선처 호소…항소 포기한 아들과 달리 상고까지

A 씨는 엄벌이 떨어질 것을 의식해 1심 재판부에 86차례나 반성문을 제출하고 최후 진술에서 "시댁 식구들에게 머리 숙여 정중히 사과드린다. 가정의 불행은 저 혼자 짊어졌어야 했는데 아들에게 고통을 주어 미안하다"고 엄마다움을 강조했다.

그러는 한편 "남겨진 아들(14살)이 있다"며 자식을 거둘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15살에 불과한 아들에게 범행을 제안해 살인범으로 만들었고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극악무도하다"며 무기 징역형을 선고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비롯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죄송하다"고 잘못을 빈 아들 B 군에겐 징역 장기 15년·단기 7년을 선고했다.

이에 B 군은 죗값을 치르겠다며 항소를 포기했지만 A 씨는 항소에 이어 상고까지 하는 등 끝까지 버텼으나 모두 이유 없다며 기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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