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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춘래부춘래·춘래불사춘!

  • 입력 2024.03.27 10:02
  • 수정 2024.03.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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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봄 같지 않다.” 춘래불사춘이다. 경칩을 넘어 춘분도 지났다. 따뜻해져 금방 꽃이 필듯하다가 찬바람이 불고 비까지 내린다. 겨울비인지 봄비인지 분간이 어렵다. 강원도는 폭설이다. 개구리가 꽃샘추위에 다시 들어갈 것 같다. 개화한 목련은 빨리 지고 벚꽃은 움츠려 축제에 차질이 우려된다. 인생경계선에 빗댄 솔트 라인(소금선)처럼 시즌 라인(계절선)을 넘나든다.

‘매(냉쑥)산개목진벚(고)’은 미세한 차이로 꽃과 잎 등이 피는 순서를 압축한 것이다. 매화·산수유·개나리·목련·진달래·벚꽃 순서다.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설중매는 소설과 드라마는 물론 사람 별칭으로도 활용됐다. 아름답기는 홍매화에 비길 수 없다. 매화에 이어 냉이나 쑥이 쑥쑥 나오거나 벚꽃이 피면 고사리도 나온다. 바지락이나 도다리 쑥국 구수한 맛이 일품일 때다. 추위에 피는 매화 수명은 긴 반면, 벚꽃은 아주 짧다. 사꾸라에 비유된다.

필자는 올해 봄을 두 번이나 거듭 맞았다. 춘래부춘래다. 로마제국 현장을 가보려던 오랜 꿈이 코로나로 무산됐다가 이달 초 이뤄졌다. 이태리는 한반도 면적에 알프스가 부채처럼 추가돼 타국과 경계를 이루었다. 한국과 유사하다.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에 유럽이나 중국 대륙과 국경선인 점도 비슷하다. 수도 로마 위치는 국토 중서부 서울과 유사하다. 특히 고속도로는 경부·호남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다. 중앙분리대, 가드레일, 방음벽, 도로 법면 기울기까지 한국으로 착각됐다. 한국 고속도로도 히틀러 아우토반에 앞선 세계 최초 고속도로인 무솔리니 ‘아우토스트라다 델 솔레(태양자동차도로)'를 참고했다. 제한 속도는 시속 130km이나 속도에 관대해서인지 한국처럼 폭주에 가까운 차량이 상당수다.

로마에 야자수가 즐비하니 제주보다 따뜻하다. 이달 6일 벚꽃이나 목련 등이 곳곳에 피었다. 반면, 남부 알프스 중턱에는 온통 백설이다. 봄철 강원도나 북한 폭설과 유사하다.

기상 전망이 가장 많이 틀리는 곳이 이태리다. 날씨가 좋으면 우산이나 비옷을 준비하고, 비가 내리면 정장을 준비할 정도로 변덕이 심하다. 햇볕에 잠깐 내리다가 그치는 ‘여우비’와 “호랑이 장가가고 여우가 시집간다.”는 쨍쨍한 날씨에 비가 오는 한국과 흡사하다.

남한 세 배 면적을 불과 9일에 다 볼 수 없다. 차를 타고 산천을 구경하는 주차간산도 안 된다. 로마 주변만 대충 돌아도 최소 일주일은 잡아야 할 듯하다. 이태리 반도는 ‘일 년 살기’는 해야 할 듯하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으나 인생이 짧다.”

한국에 돌아와 보름 가까이 지나니 개나리·목련까지 피다가 추위에 멈춰 섰다. 지구촌이 달구어져 흑산 홍어가 군산 홍어로 바뀌고, 동해안 오징어도 북쪽으로 이동해 금징어라더니 한파가 다시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작년에도 일찍 핀 꽃이 냉해로 황금 사과가 됐다.

봄을 거듭 맞은 춘래부춘래에도 마음은 춘래불사춘이다.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나이에 따라 인생 속도가 달라진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다. 백세 시대 돌잔치 아이는 인생 1/100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나 99세 노인에 남은 일 년은 인생 전부다.

인생백세고래희라며 1백세 삶을 즐기라지만 건강하고 젊을 때 말이다. 인생도 계절처럼 봄이면 모든 게 자신을 위한 듯싶다. 그러나 봄을 수십 번 이상 경험하면 계절은 봄이나 연령은 가을이니 봄에도 가을과 다를 바 없다. 비나 눈이 와도 반갑고 들뜨던 청춘과 많이 달라진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춘래불사춘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는 원인인 듯하다.

정치권만 여전히 설중매는커녕 동가식서가숙·사꾸라 인물이 부지기다. 포(표)퓰리즘을 쏟아내나 정치인 돈은 한 푼도 안 들어간다. 국민 혈세로 조성한 예산을 제 돈 쓰듯 생색이다. 국가부채만 폭증해 국민과 후손이 이자까지 갚아야 한다. 능력 있는 사람이나 도전 가능성이 있으면 제거하고 고분고분 막대기를 꼽는 듯해 공천인지, 사천인지 모르겠다. 적대적 증오심을 부추기는 것이 생존전략인 양하니 국민도 분열됐다. 맹목적 열성 지지층을 토대로 자신이 만든 법도 초월한 것 같다. 국민을 잘 살게 한다고 포장하며, 고관대작에 부귀영화까지 집착한다. 정권이 골백번 바뀌어도 그들만의 리그다. 백성의 삶이나 지역은 달라지지 않는다. 봄이 거듭 와도 봄 같지 않음은 계절이나 날씨, 인생보다 인류 역사상 변치 않는 정치권이 가장 심할 듯하다./편집국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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