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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김산의 ‘겨울의 외계’ 해설

  • 입력 2019.01.08 11:50
  • 수정 2019.01.08 11:52
  • 댓글 0

겨울의 외계

- 김산

 

우리는 훈훈한 대기를 달려가고 있었다.

벙어리장갑을 낀 과묵한 공기들이

우리를 안전하게 비호하고 있었으므로.

침묵의 눈빛 너머로 처연한 밤 별들이

부서지고 무너지고 발열하고 있었다.

호외를 외치던 외팔이 신문팔이가

자신의 凍死를 호외라고 외치고 있었다.

우리는 달의 배후를 보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지만

우리는 기껏해야 우리의 측면만 노려봤을 뿐.

우리는 좌우를 살피고 여야를 논하고 있었다.

네거티브한 구름과 구름 사이로

검은 눈발들이 손마디만 꺾으며 휘날렸다.

나로호 발사대 아래 거대한 포클레인이 지나갔고

철근 뼈대가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새벽바람에 휘청거렸다.

우리는 작은 새처럼 팔짱을 끼고 재잘재잘 함구했다.

우리는 겨울이 되어서야 비로소 겨울을 기다렸다

캐시미어 더플코트 속에 두 주먹을 숨기고

겨울이 오지 않는다고 우리의 거울을 부수고 있었다.

오지 않던 겨울이 나와 당신과 우리 앞에서

무참하게 깨지며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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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다가오는 대선으로 온 나라가 들떠있던 2012년 겨울……. 네거티브 선거운동과 나로호 발사로 술렁이고 있었던 그때, 첨탑 위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한파가 몰아치고 있었고, 두꺼운 “캐시미어 더플코트”로 꽁꽁 싸맨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벙어리장갑”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 “우리는 작은 새처럼 팔짱을 끼고 재잘재잘 함구”했지만 “침묵의 눈빛 너머로” 누군가는 “부서지고 무너지고 발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첨탑 위의 외침은 눈발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냉담할 때, 그때가 바로 진짜 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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