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花葬)
- 복효근
각시원추리 시든 꽃잎 사이에
호랑나비 한 마리 죽은 채 끼어 있다
시들어 가는 꽃의 중심에 닿기 위하여
나비는 최선을 다하여 죽어 갔으리라
꽃잎에 앉아 죽어 가는 나비를
꽃은 사력을 다하여 껴안았으리라
폼페이 화산재 속에서
껴안은 채 발견된 연인의 화석처럼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서로에게 소멸되고 있었다
다시
노란 조등 하나가 켜지고
어느 궁극에 닿았다는 것인지
문득 죽음 너머까지가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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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꽃잎 사이에 호랑나비 한 마리가 죽은 채 끼어 있습니다. 화장(花葬), ‘꽃의 장례’답게, 꽃과 나비는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서 소멸되고 있습니다. 한 세계를 허물며 나비는 최선을 다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한 세계가 다른 한 세계에 완전히 동화되고서야 비로소 죽음이 완성됩니다. 꽃과 나비가 사라진 자리에 무심히 노란 꽃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