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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복효근의 ‘화장(花葬)’ 해설

  • 입력 2019.01.15 14:19
  • 수정 2019.01.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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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花葬)

- 복효근

 

각시원추리 시든 꽃잎 사이에

호랑나비 한 마리 죽은 채 끼어 있다

 

시들어 가는 꽃의 중심에 닿기 위하여

나비는 최선을 다하여 죽어 갔으리라

 

꽃잎에 앉아 죽어 가는 나비를

꽃은 사력을 다하여 껴안았으리라

 

폼페이 화산재 속에서

껴안은 채 발견된 연인의 화석처럼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서로에게 소멸되고 있었다

 

다시

노란 조등 하나가 켜지고

 

어느 궁극에 닿았다는 것인지

문득 죽음 너머까지가 환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시든 꽃잎 사이에 호랑나비 한 마리가 죽은 채 끼어 있습니다. 화장(花葬), ‘꽃의 장례’답게, 꽃과 나비는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서 소멸되고 있습니다. 한 세계를 허물며 나비는 최선을 다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한 세계가 다른 한 세계에 완전히 동화되고서야 비로소 죽음이 완성됩니다. 꽃과 나비가 사라진 자리에 무심히 노란 꽃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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