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發熱) / 정지용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러포도(葡萄)순이 기여 나가는 밤, 소리 없이,가물음 땅에 시며든 더운 김이등에 서리나니, 훈훈히,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어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쉬노니, 박나비처럼,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나는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다신교도(多神敎徒)와도 같이.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아득한 하늘에는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한밤중에 열이 펄펄 오르는
최형심 시인
2021.02.02 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