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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 홍일표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빈 그릇에 담긴 것은 다 식은 아침이거나 곰팡이 핀 제삿밥이었다 콜로세움의 노인도 피렌체의 돌계단 아래 핀 히아신스도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것은 유적의 차가운 발등에 남은 손자국만큼 허허로운 일이나 한 번의 키스는 신화로 남아 몇 개의 문장으로 태어났다 불꽃의 서사는 오래가지 않아서 가파른 언덕을 삼킨 저녁의 등이 불룩하게 솟아올랐다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지상의 꽃들은 숨쉬지 않았다 눈길을 주고받는 사이 골목은 저물고 나는 입 밖의 모든 입을 봉인하였다 여섯시는 자라지 않고 서쪽은 발굴되지 않았다 삽 끝에 부딪는 햇살들이 비명처럼 날카로워졌다 흙과 돌 틈에서 뼈 같은 울음이 비어져나왔다 오래전 죽은 악기였다 음악을
최형심 시인
2018.04.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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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 노동조합이 자유한국당 인천시당위원장인 민경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수도권 매립지관리공사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폐지안에 대해 '노조와 지역주민 갈등해결 등 선결조건 이행 없이 공사법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한 것은 입법권 남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수도권매립지공사의 인천시 이관은 지난 2015년 4자(인천, 환경부, 경기, 서울) 협의체의 합의 사항이다. 관련법에 따라 각 지자체가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현재의 국가공기업을 지방공기업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합의의 취지이며, 합의 이행을 위해 법적근거를 마련한 일을 두고 ‘입법권 남용’ 운운할 자격이 과연 노조에게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인
최장환 기자
2018.04.0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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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전통 한의학에서 침술鍼術은 중요하다. 몸이 쑤시거나 혈액순환이 안 돼 고생하는 지인도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좋아졌다는 경우가 많다. 오장육부 반응이 나타나는 인체 경로인 경락經絡에서 침이나 뜸을 뜨는 곳인 경혈經穴에 침을 찔러 신경이나 혈맥을 흥분이나 억제시켜 병이나 통증 등을 낳게 하는 치료술이다. ‘침’ 대신 독성이 있는 ‘꿀벌의 침’을 활용한 치료법은 봉침蜂鍼(벌침)요법이다. 벌침을 맞으면 살갗이 부어오르고 가려운데 이를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다. 벌의 독침에서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없애고 도움이 되는 물질만 정제해 만든 주사액을 경혈에 주입해 치료한다. 통증과 염증에 효과가 있다는 봉침이 전주시 등 지방선거판을 뒤흔든다. 전주 여자 목사 봉침사건 때문이다.
고재홍 기자
2018.04.0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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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잔향 - 김해준 돼지를 묻은 매몰지 주변부터 흰 꽃이 피어나더니, 음지마다 곰팡이가 슬어 마을에 기침병이 돌았다. 턱을 당기고 미리 바닥을 훑던 영리한 돼지 무리는 진즉에 우리를 부숴 산으로 들어갔고 불그스름한 고적운이 하늘을 덮는 날이면 알 수 없는 짐승 울음에 동네 개들이 산발적으로 짖었다. 동산에 풀어뒀던 염소 몇 마리의 내장이 다 파 먹히고 나서야, 읍장은 경보를 내고 은퇴한 포수를 불렀다. 얼마 후, 기름칠한 엽총을 옆구리에 차고 초록색 장화를 신은 노인과 숨 쉴 때마다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잡종견 서너 마리가 산속으로 들어갔다. 오뉴월에 서릿발이 내린 듯 땅의 갈라진 틈으로 올라온 검붉은 액체가 증발하여, 무릎 밑으로 얕은안개가
최형심 시인
2018.04.0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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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이화우梨花雨 흩뿌릴 때 울며 잡고 이별한 님./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황진이·허난설헌과 함께 부안이 낳은 조선 3대 여류시인 이매창(1573-1610) 작품이다. 비처럼 뿌려지는 배꽃에서 추풍낙엽까지 화엽花葉이 봄부터 가을까지 떨어진다. 시간적 이별에 한양천리 공간을 넘어 꿈에라도 그리운 임, 유희경(1545-1636)에 가고픈 애절한 사랑가다. 매창과 유희경, 직소폭포는 부안삼절扶安三絶이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 옥방에 찬 자리여./생각나는 것이 임뿐이라./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 보고지고(중략)…” 변학도 수청 강요를 거부하다 곤장을 맞고 하옥된 남원골 춘향이가 신세를 한탄하며 이몽룡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춘
고재홍 기자
2018.03.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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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기의 아침 - 유재영 창 열린 집을 지나 자작나무숲을 지나 아그배꽃 핀 아침 장수하늘소가 묵은 가지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혀가 예쁜 새들은 조금 전부터 울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소리에도 맑게 금이 가는 공기들의 푸른 이동 지빠귀 분홍색 알은 내일쯤이면 무슨 소식이 있으리라 안개가 떠난 자리 채 식지 않은 은색 똥 몇 개 햇빛을 향해 우리가 남겨야 할 꿈처럼 누워 있다 지나가버린 것은 모두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시절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유소년기입니다. 사춘기는 봄날을 닮았습니다. 모든 것들이 생동하고, 알 수 없는 힘이 넘쳐흐르던, 사방
최형심 시인
2018.03.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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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비단 위에 꽃을 더한다”는 말로, “좋은 일 위에 더 좋은 일이 계속됨”을 이르는 금상첨화錦上添花란 말이 있다. 김봉학 조합장이 이끄는 익산원예농협이 그렇다. 2016년 6월 김봉학 조합장이 품목농협을 대표해 농협중앙회 이사로 선출된데 이어, 이번에는 익산원협이 농협중앙회 종합업적 평가 ‘전국 1위’를 달성해 전국 최우수 농협상 수상 영예를 안음과 동시에 3년 연속 최고평가로 겹경사다. 익산원협은 124명 직원에 조합원 1338명, 모현동 본점과 하나로마트 및 5개 신용지점을 보유했다. 2807억 예수금과 2132억 대출금으로 신용사업만 5천억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런 성과와 실적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임직원의 줄기찬 노력으로 이룬
고재홍 기자
2018.03.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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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 신용목 밤은 총소리를 얇게 펴놓은 것 같다 먼 나라 한 발 총성이 지평선을 따라 밀리고 밀려서 여기 고요로 도착할 때, 밤 울음이 미처 건너지 못한 국경처럼 서 있는 밤 누가 내 등짝을 후려쳐주면 좋겠다 불길한 꿈을 꿨다고, 아침 커튼을 걷어주면 좋겠는데 대장장이가 탕탕 붉은 쇠를 두드리고 다시 차가운 물속에 담갔을 때, 흰 연기를 지피며 단 단하게 변해버린 어둠 속에서 어느 처음의 물속에 지지지직, 식는 소리를 숨겨놓았을 것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자꾸만 누군가가 첨벙이며 침묵 속으로 뛰어드는 소리를 듣고 있다 지금도 지구 저편에서는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저 먼 곳에 존재하는 타
최형심 시인
2018.03.2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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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최근 ‘국립전북문화재연구소’ 설립 주장이 거세다. 전주·익산·남원시가 유치에 적극적이다. 2009년 1월, 미륵사지석탑에서 사리장엄舍利莊嚴 등 유물이 대거 발견된 직후, 1월 20일자 ‘미륵사지석탑 국보급 유물에 붙여’라는 칼럼에서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을 ‘국립으로 승격’시켜 익산에 보관·전시하고(중략…)”라며 최초로 ‘국립승격’을 거론했던 필자의 감회는 남다르다. 그 해 3월 17일자 ‘국립익산박물관을 고대하며’라는 칼럼에서는 “미륵사지전시관의 국립박물관 승격과 함께 왕궁리 출토유물은 물론 미륵사지 기존 유물을 모두 되찾아 국립익산박물관에 보관·전시하고 부여문화재연구소처럼 문화재청 산하 마백문화재연구소나 전북문화재연구소 도내 개소도 시급하다.”고 쓴 바 있어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
고재홍 기자
2018.03.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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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석 달도 안 남았다. 익산시는 국회의원 지역구가 두 개인데다 호남에서 유일하게 더민주당 이춘석 사무총장(익산갑)과 민평당 조배숙 대표(익산을)라는 중량급 양당 의원이 포진했다. 2016년 4·13 총선과 함께 실시된 재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당 정헌율 시장도 조 대표를 따라 민평당에 합류했다. 시장선거는 더민주와 민평당, 4선 조배숙 대표와 3선 이춘석 총장 간 대리전 양상으로 ‘호남 지방선거 축소판(?)’이자 2020년 총선 전초전이다. 익산시는 ‘폭삭’할 정도로 인구급감과 탈출러시로 골머리다. 올해 1월 -1041명, 2월 - 1029명으로 두 달 만에 2070명 급감해 29만8117명으로 ‘폭삭’했다. 넥솔론 등 굴지업체 파산에다 삼기·낭산 ’제3산단‘과 함열 ’제4산단‘은 허허
고재홍 기자
2018.03.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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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여자 - 나금숙 그 도시의 중심에 가면 표지석이 있다 수국꽃 아래에서 여자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서고에서 갓 나온 듯 묵은 종이 냄새가 나는 여자였다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가 잃어버린 언어 몇 개를 찾아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넣어둔 지가 언제였는지 모른다고 했다 어디서 샀는지도 모르지만 잃어버린 것만은 확실하다고 했다 향기가 우물처럼 고여있는 꽃나무 아래 등받이 없는 의자를 가리키며 앉았다 가라고 했다 그녀는 내 트렁크 속에 자신이 잃어버린 언어가 있는지 아주 궁금해 했다 미래에 올 언어 같다고도 했다 소각장 가는 길을 내게 묻기도 했다 누가 다 끌어 모아다가 태워버린 것 같다고, 재가 되었어도 뒤져봐야 한다고 했다
최형심 시인
2018.03.1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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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허구나.(사철가 중략)” “홍진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이 내 삶이 어떠한가. 옛 사람 풍류에 미칠까, 못 미칠까.(상춘곡 중략) 사철가와 상춘곡을 부를 봄이 훨씬 빨리 온 듯하다. 매화꽃이나 산수유도 일찍 핀 듯하다. 4대 1 경쟁률만 돼도 전북에 1천명, 전국에 2만8천 명 가량의 입지자 외에 선거캠프 및 운동원, 정당과 선관위, 검찰·경찰 등의 뜨거운 열기 때문일까? 전북에서는 도지사와 도교육감 각 1명, 시장군수 14명, 광역 도의원은 지역 35· 비례 4명 등 39명, 시군의원 지역 172· 비례 25명를 합친 197명 등 총
고재홍 기자
2018.03.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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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하나 물결(사건)이 연쇄적으로 많은 물결(사건)로 번지는 ‘일파만파一波萬波’ 쓰나미津波(Tsunami)요, 벌판에 타오르는 불길인 요원지화燎原之火(요원의 불길)다. 서지현 검사가 지난 1월말, A 전 검사장에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거센 ‘한국판 미투(MeToo·나도 당했다)’로 쓰나미가 될지 몰랐다. 건조한 날씨 산불처럼 한국 전 분야로 확산된다. 앞서, 지난해 말 발표된 최영미 시인 ‘괴물’이란 시가 뒤늦게 주목을 받으며 노벨문학상 후보로 누차 올랐던 고은 시인 등 수십여 명 각계 지도층이 도마 위에 올랐고, 배우이자 교수인 조민기 씨는 대학생 성추행 논란으로 자살했다. 급기야 안희정 도지사 사퇴 등 정치권에도 미투 불길이 거세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정
고재홍 기자
2018.03.1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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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버리는 것에 대한 메모 - 박형준 그 계절에는 발바닥에 별들이 떴다 발그레한 아이의 피부 같은, 막 떠오른 별들로 가득한 벌판에서 나는 말발굽을 주웠다 밤마다 달빛에 비춰보며 꿈을 꾸었다 벌판을 지나 하늘에 화살을 박는 말 울음소리를 벌판의 꽃들이 짓이겨진 하늘로 달려 나간 푸른 바람을 말발굽의 꽃물 범벅을 내 잠 속으로 향내 나는 청마가 달려오며 성운 가득 밴 냄새로 별자리를 엮어갔다 빛나는 말발굽에 쩡쩡한 겨울 하늘도 파편으로 흩어졌다 우주가 내 발바닥으로 자욱하게 몰려드는 푸른 연기로 그러나 나는 이미 알았다 꽃들이 어스름 속에서 추억처럼 진해진다는 것을
최형심 시인
2018.03.0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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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 고재홍 기자 = 6·13 지방선거가 1백일도 안 남았다. 전북에는 더민주에 입지자가 몰리는 등 뜨거운 열기 때문인지 3월초에 더위마저 느껴진다. 예비후보 등록도 2일 시작됐다. 전북에서는 도지사와 도교육감 각 1명, 시장군수 14명, 광역 도의원은 정수조정으로 지역 35명, 비례 4명, 시군의원 지역173· 비례 24명 등 197명 등 총 252명을 뽑을 전망이다. 4대 1 경쟁률만 보여도 1천명 입지자와 선거캠프 및 운동원, 정당과 선관위, 검경 등으로 선거태풍이 몰려온다. 184만여 명 전북이 이러니 28배나 되는 5177여 만 전국 입지자만 2만8천 명으로 추산돼 대한민국이 선거축제(?) 분위기에 돌입했다. 정치인 출판기념회만 봇물이다. 선거 전 90일 전인 이달 14일
고재홍 기자
2018.03.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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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 고재홍 기자 = 10년간 80조, 혹은 12년간 126조를 투입하고도 지난해 출생아는 사상최저인 35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만 (24조) 투자 등 한 해 평균 8조에서 10조5천억을 투입하고도 15~49세 가임可妊(임신가능) 여성 한 명이 낳은 자녀수인 ‘합계출산율’도 1.05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기존 인구를 유지하려면 남녀가 만나 아이를 낳으므로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0.1명은 성장과정에서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령층 사망자만 급증했으며 갈수록 합계출산율은 축소되고 사망자는 늘게 돼 ‘국가 대재앙(?)’이다. 근년의 ‘다문화정책’과 상관관계를 알아보자. 올해 환갑을 맞은 '58년 개띠'는 92만여 명이 태어났지만 1955~63년생 베이비붐
고재홍 기자
2018.03.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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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의 고아들 - 리산 불은 흙 속으로 잠기고 흙은 물 속으로 잠기고 물은 공기 속으로 공기는 의식 속으로 잠기고 버티재를 지날 때면 네 생각이 날 것이다 희게 흐드러진 철쭉꽃 덤불마다 너는 있다 고단한 이마를 기대며 가는 퇴근길 버스 유리창 너머 어두운 제단 저녁이면 내리는 빗속에 무심히 자라는 어린 풀들 끌려나온 마음 속에 낡은 모자 긴 여행으로 함께 나이가 든 산책의 장소들마다 작별을 위한 재와 먼지의 음악이 끝나면 붉은 벼랑 끝으로 깊은 잠은 오나 높은 창 안쪽에서 들려오는 죽은 누이를 위한 자장가 먼 바다를 지나는 무연고자들의 불빛 번지는 봄날 황혼에도 네가 울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건 어디선가 내가 대신 울어주었기 때문이지 눈물을 뿌
최형심 시인
2018.02.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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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탄소융합기술원(탄소기술원) 원장 처조카 채용비리 논란이 거세다. 인사담당자는 외부 면접위원이 다른 상위 지원자에 준 91점을 16점으로 고쳤다는 혐의다. 점수가 낮은 J원장 처조카를 합격시키기 위해 합격자를 뒤바꾼 의혹이다. 경향각지 채용비리에 입을 다물 수 없다. 신라 골품제도는 나라 멸망원인이다. 고려 말, 이인임의 뇌물인사는 집요했다. 조선시대 음서蔭敍는 양반자제 등용문登龍門으로 전락했다. 고종과 민비 매관매직은 ‘황현(1855-1910) 매천야록’에 기록될 정도다. 1882년 임오군란으로 충주에 숨어있던 민비에 환궁날짜를 점쳐준 무당은 '진령군眞靈君'으로 봉해졌다. 진령군은 수시 대궐출입은 물론 지방관 임명에도 관여했다. 대신과 평민까지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진령군에 줄을 대었다. 진령군을
고재홍 기자
2018.02.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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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에는 ‘제무시’ 트럭이 유명했다. GMC(제무시)는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사가 1912년부터 생산한 트럭 상표다. GM은 본사가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 있다. 한국에는 1944년 생산된 ‘제무시’가 해방 직후 미군과 함께 들어왔다. 강력한 힘과 높은 차체로 산악 등 가파른 경사에 적합했다. 달구지(우마차) 외에 차가 흔치 않던 시절, 엄청 인기였다. 6·25 때 한국에 밀려왔다. 휴전 후, 한국인에 넘겨진 제무시는 GMC(지엠시) 발음이 변형돼 통칭 ‘제무시’다. 조선말, '운산 금광' 채굴권을 가진 미국인들이 조선인이 금을 손대려 하면 "no touch(노터치: 손대지 마!)"라 한 것에서 금은보화를 ‘노다지’로 변했다던 것과 흡사하다. 6-70년대 비포장 길을 달리던 제무시다.
고재홍 기자
2018.02.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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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치 - 고영민 개미가 흙을 물어와 하루종일 둑방을 쌓는 것 금낭화 핀 마당가에 비스듬히 서보는 것 소가 제 자리의 띠풀을 모두 먹어 길게 몇 번을 우는 것 작은 다락방에 쥐가 끓는 것 늙은 소나무 밑에 마른 솔잎이 층층 녹슨 머리핀처럼 노랗게 쌓여 있는 것 마당에 한 무리 잠자리떼가 몰려와 어디에 앉지도 않고 빙빙 바지랑대 주위를 도는 것 저녁 논물에 산이 들어와 앉는 것 늙은 어머니가 묵정밭에서 돌을 골라내는 것 어스름녘, 고갯마루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우체부가 밭둑을 질러 우리 집 쪽으로 걸어오는 것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당을 날아다니는 잠자리 떼
최형심 시인
2018.02.20 11:34